요즘 나는 AI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요즘 나는 AI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조금 이상하다.
나는 작곡가도 아니고, 악보를 제대로 읽는 사람도 아니고, 드럼을 칠 줄 아는 사람도 아니다.
기타를 조금 칠 수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노래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도 올려보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요즘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남겨보려는 기록이다.
글에서 말하는 작업물은 유튜브에 올린 열려라 별문 | Korean Fantasy Orchestral Pop MV에서 볼 수 있다.
밴드부를 하던 시절
나는 중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했다.
노래를 만드는 것도 좋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았고, 그냥 음악을 하는 시간이 좋았다.
특히 오케스트라 느낌이 나는 노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여러 소리가 한 번에 쌓이다가 크게 터지는 느낌.
감정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밀려오는 그런 노래들이 좋았다.
밴드 음악도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마이 케미컬 로맨스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The Black Parade 앨범은 거의 모든 노래를 외우고 있었다.
하루에 두 시간씩 그 앨범만 들었던 적도 있다. ㅋㅋ
사실 그 밴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같이 밴드를 하던 친구가 소개해줘서 알게 되었다.
그 친구 덕분에 Welcome to the Black Parade를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 그 노래로 공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선명한 추억이다.
그 친구는 지금도 Cloudian이라는 밴드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꿈을 오래 붙잡고, 자기 음악을 계속 해나가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음악을 계속하지는 못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듣는 것에 가까워졌다.
만들고 싶은 느낌은 있었지만, 그걸 실제 소리로 꺼내는 방법을 몰랐다.
Suno를 만지고 나서 달라진 것
최근에 Suno라는 AI 노래 생성기를 써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노래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호기심이었다.
요즘 AI가 노래도 만든다는데, 얼마나 잘하나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가까웠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내 취향을 너무 잘 건드렸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설명하면, AI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서 노래를 만들어줬다.
기타밖에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내가,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들어간 곡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100% 그대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세세한 조절도 어렵다.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다가도, 어떤 부분은 아쉽다.
특정 악기의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통제하거나, 내가 원하는 멜로디를 정확히 지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80~90% 정도를 만들어내고, 그 느낌으로 계속 생성하다 보면 한두 개씩 정말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왔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웅장하고, 조금은 감정적이고,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오케스트라 느낌과 밴드 사운드가 섞인 그런 노래들.
그 순간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다.
내가 가진 기술과 장비와 시간으로는 문턱이 너무 높았다.
그런데 AI를 쓰니까 그 문턱이 갑자기 낮아졌다.
내가 엄청난 작곡가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시작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나만 듣기 아쉬워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나만 들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조금 아쉬웠다.
이 노래를 나만 듣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유튜브에도 올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AI를 꽤 많이 쓰고 있다.
커버 이미지는 ChatGPT로 만든다.
노래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내가 원하는 감정이나 장면을 이야기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자막은 Gaudi라는 AI 서비스를 이용해서 생성한다.
가사를 넣고, 싱크를 맞추고,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여기서 제일 신기했던 건 Codex였다.
Codex가 computer use를 이용해서 내 맥을 직접 조작하고, Final Cut으로 작업을 했다.
나는 진짜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대략 이 정도였다.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
“필요한 키를 얻기 위한 가이드를 해줘.”
“이 과정을 나중에 반복할 수 있게 문서와 코드로 정리해줘.”
그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말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다.
노래와 커버 이미지를 주면, 자막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업로드까지 거의 자동에 가깝게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나는 공개 버튼만 누르면 되는 수준에 가까워졌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다.
중간중간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 사람이 판단해야 할 것도 있다.
그래도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놀랍다.
영상 편집 쪽 AI가 더 발전하면, 나 같은 일반인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영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영상 편집자처럼 모든 툴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도,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꽤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될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다.
AI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마주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나는 드럼을 못 친다.
악보도 제대로 못 읽는다.
오케스트라 편곡을 할 줄도 모른다.
Final Cut을 능숙하게 다룰 줄도 모른다.
자막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를 만들고, 커버 이미지를 만들고, 자막이 들어간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이건 나에게 꽤 큰 사건이다.
예전 같으면 “언젠가 제대로 배워서 해봐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시작 비용이 너무 높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흥미가 식거나, 시간이 없어지거나, 그냥 마음속에만 남겨두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AI는 그 거리를 줄여준다.
완성도를 100%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상상한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게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이 너무 커서 못 하기도 한다.
악기를 배워야 하고, 툴을 배워야 하고, 문법을 배워야 하고, 편집 방식을 배워야 하고, 배포 방법을 배워야 한다.
AI는 그중 일부를 대신해주거나, 최소한 옆에서 같이 해준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한 번 해볼 수 있다.
제한되는 영역도 있고, 아직 AI가 잘 못하는 분야도 많다.
하지만 AI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정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전문가는 필요 없어질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럼 개발자는 필요 없어질까?
작곡가는 필요 없어질까?
드러머는 필요 없어질까?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필요 없어질까?
영상 편집자는 필요 없어질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말에도 쉽게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어떤 분야에서는 필요한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고, 어떤 일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가능해질 수도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낭만적인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에는 동의한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같은 사람도 AI를 통해 노래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면, 이미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까.
드럼을 칠 줄 아는 사람, 편곡을 아는 사람, 믹싱을 아는 사람, 영상 편집을 잘하는 사람은 AI를 훨씬 더 강력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AI가 낮춰주는 문턱은 초보자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에게는 더 빠르게 실험하고, 더 많은 방향을 시도하고, 더 큰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개발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AI가 코드를 써준다고 해서 개발자의 판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어떤 구조로 만들지, 어디까지 자동화할지, 어떤 부분을 사람이 검증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I가 노래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좋은 음악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곡이 좋은지, 어떤 감정이 살아 있는지,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버릴지 판단하는 감각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나는 지금 AI로 노래를 만들고 있지만, 내가 음악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는 닿을 수 없었던 영역을 만져볼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감각이 나를 계속 설레게 한다.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대
AI를 쓰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다.
앞으로는 “만드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너무 많았다.
노래를 만들려면 음악을 알아야 하고, 영상을 만들려면 편집을 알아야 하고,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을 알아야 했다.
물론 지금도 제대로 만들려면 알아야 할 것은 많다.
하지만 최소한 첫 번째 결과물까지 가는 길은 짧아지고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첫 번째 결과물이 있어야 두 번째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를 만들어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피드백을 받아야 취향이 생기고, 기준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AI는 그 첫 번째 결과물까지 가는 길을 줄여준다.
그래서 누군가는 처음으로 노래를 만들어볼 수 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영상을 만들어볼 수 있다.
그중 일부는 그냥 재미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진짜 자기만의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다.
나는 이 가능성이 좋다.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는 시대는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소설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적어보자면, 나는 요즘 소설도 쓰고 있다.
아직은 설계 단계다.
중력장과 관련된 이야기다.
설정도 다듬고 있고, 인물도 정리하고 있고,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밀고 갈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내가 존경하는 여자친구님이 이런 말을 했다.
“소설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개발도 할 줄 알면 쯔꾸르 게임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때?”
처음에는 웃겼는데, 생각해보니 꽤 그럴듯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재밌는 상상으로 끝났을 것 같다.
게임을 만들려면 그림도 필요하고, 음악도 필요하고, 스토리도 필요하고, 개발도 필요하고, 이벤트 구성도 필요하다.
혼자 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소설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정말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게임이라도 좋다.
내가 만든 세계관과 음악과 이야기가 하나의 플레이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덜 막연하다.
기대하는 마음
나는 AI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지 너무 기대된다.
새로운 AI 발표가 있는 날이면 설레서 잠을 못 잘 때도 있다.
새 모델이 나오고, 새 기능이 나오고, 전에는 어려웠던 일이 갑자기 가능해지는 순간을 보면 진짜 신기하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AI가 바꾸는 일의 방식, 창작의 방식, 직업의 방식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불안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가능성 쪽을 계속 보고 싶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람이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것을 시작하게 만드는 이야기.
전문가가 더 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
초보자가 첫 번째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거기서 자기만의 취향과 기준을 발견하는 이야기.
나는 그런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AI를 잘 써서, 각자의 문제를 조금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시대.
하고 싶었던 일을 조금 더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시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보는 시대.
요즘 내가 AI로 노래를 만들고 영상을 올리는 일은, 어쩌면 아주 작은 실험일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 큰 변화다.
예전에는 마음속에만 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있다.
노래가 되고, 이미지가 되고, 영상이 되고, 언젠가는 소설이나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 변화가 아직도 신기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Series
AI와 일하는 방식
이 글은 "AI와 일하는 방식" 시리즈의 3번째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