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AI Advisor로 보낸 3개월 회고


회사에서 AI Advisor로 보낸 3개월 회고

1. 왜 AI Advisor를 맡았나

내가 AI Advisor가 된 건 회사의 실험과 나의 호기심이 겹쳐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여러 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병목 지점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요구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AI로 도와줄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AI Advisor라는 역할이 3개월짜리 선행 과제로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내가 선택된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백엔드 개발자였지만 머신러닝과 AI에 관심이 많았고, 이미 ChatGPT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가장 큰 착각과 실패

그때의 나는 한 가지 큰 전제를 믿고 있었다.
“회사에 많은 인원이 AI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병목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어떤 문제를 가장 잘 알고, 동기부여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결국 그 문제를 매일 마주하는 당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직접 모든 병목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팀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n8n 같은 툴을 도입해 공부했고, 많은 팀원들이 이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준비했다.
첫 교육은 “희망자”를 모아서 진행했는데, 대략 열 명 정도가 왔다.
문제는 그중에서 진짜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보려는 사람은 두세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였고, 심지어 교육자인 나에게 “우리 팀 문제를 대신 해결해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이건 내가 처음에 상상했던 그림과는 완전히 달랐다.

3. Advisor로서 배운 점들

이 경험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AI Advisor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해야 했다는 것을.
하나는 회사 안의 병목 현상을 직접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내가 몸을 담가서라도 해결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동시에 팀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스스로 AI를 활용해 문제를 풀 수 있게 돕는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환경만 잘 만들면 된다”는 믿음 뒤에 조금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온 정신을 다해 실제 문제 해결에 개입하면서, 동시에 교육자로서도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단순한 도구 사용자가 아니라 “AI Advisor”라는 이름을 붙여도 괜찮은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4. 앞으로의 AI Advisor 실험과 가능성

3개월짜리 AI Advisor로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었다.
지금은 공식적인 역할로서의 AI Advisor는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이번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도전적으로 해보고 싶다.
그때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건 내가 쓰는 시간의 비율이다.
지금까지는 백엔드 리더로서의 일이 8, AI Advisor로서의 일이 2였다면, 최소한 4:6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병목을 진짜로 풀어내려면 이 역할이 “부업”이 아니라,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주력 실험”에 가까워야 한다는 걸 이번 3개월 동안 배웠기 때문이다.

커리어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AI를 그저 편의를 높이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싶다.
Advisor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모습은 말로만 조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한 행동으로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병목을 가진 팀과 업무를 함께 들여다보고, AI를 활용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제 운영에 올려서 효과를 수치로 확인하는 역할에 더 가까운 Advisor.
말하자면, 설명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같이 손을 더럽히는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AI 기능을 계속 최전선에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로운 모델과 기능이 나올 때마다 “이걸로 우리 회사와 나 자신의 성장 곡선을 어떻게 더 가파르게 만들 수 있을까?”를 제일 먼저 고민해 보는 사람.
그 과정에서 내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실험들을 정리해서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이 같은 길에서 조금 덜 헤매도록 도와주는 것도 AI Advisor로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방식 자체도 그런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회사에서의 실험이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어떻게 끼워 넣을 것인가”였다면,
이 글은 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문제들을 더 직접 해결해 나가고 싶은지 정리하는 자리다.
AI와 대화하면서 내 경험을 한 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걸 언어로 남겨 다음 실험의 출발점으로 삼는 일.
아마 앞으로의 AI Advisor 실험들도, 이렇게 작은 회고와 기록들에서부터 계속 자라날 것 같다.